비오는 일요일 밤

예전부터 막연하게 소망하던 두 가지.

광화문에서 일해보기.
비오는 날 빗소리가 들리는 사무실.

주말에 피곤이 한 번에 몰려와서 집에서 게으름 피우다가
빗소리가 나길래 낼름 연구실에 나왔다.
1층 연구실은 창은 맘껏 못 열지만, 이런 좋은 점이 있다.

매일 매일 한탄하지 않는 날이 없는 요즘.
삶은 언제나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니까
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열심히나 살자.

무능함

먼 곳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공부만 해도 됐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.
내 일만 걱정하면 되었던 그 때.

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아도
내 밥 그릇 지키려니 당장은 할 수가 없다.
값싼 정의감에 불타올라 말은 많이 하지만
그냥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는
소심한 선택을 한다.

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럽고 책임도 무겁다.

연휴에 몸은 쉬었는데 마음은 여전하다.

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.

어제 시청-광화문-종로 일대에 엄청난 수의 전경 차량들이 있었다.
나는 종각 근처를 운전하고 있었는데
갑자기 경찰이 내 앞에서 길을 막았다.

화난 표정으로 일을 하는 데다가
돌아가는 길 안내도 없이 일처리가 너무 허술해서
옆에 있던 버스와 택시를 포함한 차량들이 우왕좌왕했다.
버스는 후진을 하다가 택시의 사이드미러를 날려버렸다.

나는 창문을 내려 화를 냈다.
돌아가는 길을 안내해줘야 될 것 아니냐고.
경찰은 못 간다고만 되풀이한다.
화가 머리 끝까지 솟았다.
길 막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거 아니고,
길을 갑자기 막을 거면 일 처리를 좀 제대로 하라고 소리쳤다.

내가 그렇게 화낼 수 있는 사람인지 나도 처음 알았네.
경찰에게 화낸 것도 처음이고,
큰 소리로 안에 있던 화를 다 쏟아낸 것도 처음이었다.

안산에 다녀오는 길이었다.

화는 더 쌓여만 간다.